2024/09/11 4

김영덕의 <인탁-숙부의 초상(인혁당의 사람들)>

_ 김영덕(1931~2020, 충남 서산 출생), 1976, 캔버스에 유화물감, 130.5×130.5cm,유족(김상수, 김정은, 김정임)기증 '인혁당 사건'을 그린 그림으로, 당시의 압제적인 독재정권에 의해 사라져간 망자들에 대한 애도와 비애의 감정을 담고 있다. 그림은 몇 개의 층위로 구분되는데, 화면 상단은 눈부시게 하얀 빛으로 물든 공간에 흰색 한복을 입은 망자들이 이제 막 산자들의 시선에서 사라지기 직전의 모습을 얼핏 보여준다. 화면 중앙은 십자가 책형을 당한 예수의 몸을 연상시키는, 양쪽으로 벌려진 팔, 손바다의 피가 그려져 있고 그 주위로 다양한 얼굴, 표정, 팔들이 방사형으로 확산하고 있다. 우측 하단의 카무플라주 문양의 철모는 이 비극적 상황을 초래한 원인을 지시하고 있다. 다양한 의미가 ..

이건희컬렉션, 박돈(박창돈)의 <정>

_ 박돈(박창돈) (1928~2022, 황해도 장연 출생), 1976, 캔버스에 유화 물감, 116×91.5cm, 이건희컬렉션 석류 열두 알이 담긴 넓은 광주리를 머리에 인 소녀가 동생과 함께 어딘가를 향해 걷는 장면이 담겼다. 소년은 닭을 옆구리에 끼고 있다. 검게 그을린 두 사람의 얼굴에서는 표정이 읽히지 않는다. 작가의 그림 속에서 한복을 입은 여인의 형태는 거의 모두 같은 모습이다. 이 작품에서처럼 대부분 옆모습으로 묘사된 댕기 머리의 여인은 분홍빛 저고리와 검은색 치마 차림이고, 형체가 직선에 가까운 윤곽선으로 그려졌다. 이렇게 정형회돤 여인상은 작품마다 조금씩 다른 구성과 구도를 보이며 조형의 변주를 보여준다. 1970년대 이후 구축된 부드러운 황갈색의 화면 속에는 작가의 어린 시절 추억과 고..

이건희 컬렉션, 장욱진(張旭鎭)의 <호도>

_ 장욱진(張旭鎭, 1917~1990, 충남 연기) . 1975, 캔버스에 유화 물감, 60×49.6cm,  이건희컬랙션 서울 명륜동에서 작업하던 시기(1975~79년)에 제작된 작품으로, 이 시기는 수묵 효과와 넓은 여백 등의 동양화적 요소와 민화적 소재의 도입울 특징으로 한다. 이 작품은 화면 위쪽에 담뱃대를 물고 앉아 옛날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듯한 인물과 그 앞으로 이야기의 한 장면이 펼쳐지고 있는 것 같은 구성을 취하고 있다. 그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어느 날 산에 올라간 포수가 동굴에서 호랑이와 아이를 발견했다. 그는 위험에 처한 아이를 구하기 위해 총을 쏘려고 했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오히려 호랑이가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었다는 내용이다. 작가는 호랑이와 아이를 소재로 그렸는데, 이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