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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 첫 궁중 연회, 신축진찬도(辛丑進饌圖)

기리여원 2022. 9. 16. 14:01

<신축진찬도(辛丑進饌圖)> _ 박용훈(朴鏞熏, 1841~?) 등 7인, 대한제국, 1901년, 비단에 색, 국립중앙박물관

 

대한제국 첫 궁중 연회

 

조선시대부터 대한제국까지 여러 궁중 행사가 열렸고 행사 장면을 그린 그림들이 전해진다. 그러나 시기에 따라 제작 주체와 의도가 달랐다. 16~17세기에는 행사 담당자들이 결속을 다지고자 행사 그림을 제작해 나누어 가졌다. 18세기 중반 영조대부터 행사 담당자가 그림을 제작해 왕실에 바쳤다. 18세기 후반 정조 대에는 왕실에서 병풍으로 제작해 관련자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다. 왕이 궁중행사도 제작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정치적인 의도가 그림에 반영되기도 했다. 대한제국 첫 번째 황실 영회를 그린 <신축진찬도>에서도 고종 황제와 황태자(순종)의 황실 위상 강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신축진찬도(辛丑進饌圖)>

 

1901년(신축년) 음력 5월 대한제국(1897~1910) 황실 어른인 효정왕후(현종의 계비, 명헌태후, 1831~1904)의 71세를 경축하는 궁중 연회 진찬(進饌)이 경운궁(현 덕수궁)에서 열렸습니다. 여러 날에 걸쳐 열린 연회 중에서, 다섯 행사의 장면을 그린 병풍을<신축진찬도(辛丑進饌圖)>라고 합니다. 대한제국 선포 후 처음으로 열린 궁중 연회를 그린<신축진찬도>는 황제의 나라 위상에 맞는 기물과 복식을 확인할 수 있어 중요합니다.

 

<신축진찬도(辛丑進饌圖)>

 

 

제1 · 2폭
1601년 정월 초하루 중화전
황태자와 만조백관이 황제에게 경축을 드리다(中和殿 陳賀圖)

 경운궁 중화전(현재의 즉조당)에서 순종 황태자와 만조백관이 고종 황제 50세와 효정왕후 71세를 경축하는 '진하'의식이 열렸다. 궁중행사도에서 왕실 인사의 모습은 그들을 상징하는 병풍과 의자 등으로 표현한다. 중화전 가운데 놓인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 병풍 앞에 고종의 황색 어좌(御座)가 있고, 그 오른쪽에 황태자의 자리가 있다. 중화전 밖 왼쪽아래에 대한제국을 상징하는 태극기(太極旗)가 휘날리고 있다. 중화전 마당 양쪽으로 신하들과 궁중음악을 연주하는 악공이, 이들 주변으로 신식 복장의 군인들과 노란 옷을 입고 깃발을 든 의장대가 있다.

 

제3 · 4폭

1901년 5월 13일 아침 경운당

효정왕후를 위한 연회가 열리다(慶運堂 內進饌圖)

 

경운당(현 준명당浚明堂)에서 효정왕후가 주빈인 연회 내진찬이 열렸다. 고종, 황태자와 황태자비, 종친과 내외명부, 진찬을 준비한 관원 등이 참석했다. 경운당 중앙에 놓인 십장생도(十長生圖)병풍 앞에 효정왕후의 붉은색 의자가 있고, 그 왼쪽은 황태자비의 자리가 있다. 그 아랫줄에 둘째 황자 의친왕의 아내의 자리가 있는데, 이는 이전과 달라진 모습으로 황실 권위 강화와 관련이 있다. 전각 앞에 임시 무대를 설치하고 붉은색 발을 쳐 악공 등 남성이 안을 볼 수 없도록 했다. 이곳 오른쪽에 고종과 황태자가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황제국의 위상에 맞게 행사장을 둘러싼 장막이 흰색에서 황색으로 바뀌었다.

 

제5 · 6폭

1901년 5월 13일 밤 경운당

늦은 밤 연회가 열리다(慶運堂 夜進饌圖)

 

아침 연회가 열린 당일 밤 9시부터 '야진찬'이 열렸다. 주빈 효정왕후와 주최자 고종, 그리고 황태자가 참석했다. 야진찬은 내진찬과 달리 황실과 종친 여인들이 참석하지 않아 자리와 기물들이 치워졌고, 연회장을 밝히는 촛불이 등장했다. 촛대 위와 유리등안에 촛불이 놓이고, 붉은 발과 황색 장막에 청사초롱이 걸려있다.

 

제7 · 8폭

1901년 5월 16일 경운당

고종 황제가 연회를 베풀다(慶運堂 翌日 會酌圖)

 

이틀 뒤 고종 황제가 주최한 연회에 내외명부와 이번 행사를 담당한 진찬소 관원들이 참석했다. 대한제국 위상에 맞게 경운당 중앙 일월오봉도 앞에 황색의 어좌(御座)가 설치되었고 연회장에 황색 장막이 쳐졌다. 내외명부들은 전각 좌측 황색 장막 뒤 방석에, 진찬소 관원들은 짙은 녹색 관복을 입고 장막 밖에 앉아 있다.

 

제9폭

1901년 5월 18일 경운당

황태자가 연회를 베풀다(慶運堂 在翌日 會酌圖)

 

황제의 연회 이틀 뒤, 황태자(순종)가 주최한 연회가 열렸다. 참석자는 황제의 연회와 같은 내외명부와 진찬소 관원이다. 그러나 주최자가 황태자에 연회장 기물들이 바뀌었다. 경운당 중앙에 십장생도 병풍과 붉은 색 의자가 놓였다. 상을 두른 천과 장막도 붉은색으로 바뀌었다. 연회에 참석한 명부들은 전각 아래 좌측에, 진찬소 관원들은 그림 하단에 그려져 있다.

 

제10폭

진찬을 준비한 관원 명단(進饌所座目)

 

1901년 음력 5월의 진찬을 준비하고 그림을 제작한 관청 '진천소'에 소속된 관원들의 명단이다. 책임을 맡은 당상(堂上) 3명, 실무를 맡은 낭청(郎廳) 4명의 관직과 성명이 품계순으로 기록되어 있다. 조선시대와 달라진 점은 궁내부 대신을 당상으로 임명했다는 점이다. 궁내부는 대한제국 주요 업무를 담당한 중앙관청으로 막강한 권력을 가지게 되어, 고종 황제 군주권 구현의 기반이 된 관청이다.

 

명단의 내용

 

당상                                                                   

정1품 보국숭록대주                                         

         궁내부 특진관 육군부장 신 민영휘           

종1품 숭정대부 판돈녕원사 신 홍순형               

정2품 정헌대부 의정부 찬정 신 윤정구                

                              

낭천

5품 통훈대부 사선사 주사 신 이응

5품 통훈대부 태복사 주사 신 이호집

6품 승훈랑 농상공부 주사 신 박희양

6품 승훈랑 탁지부 주사 신유선 

                    

                              광무 5년(1901) 신축년 5월 일

 

2022.09.12. 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

전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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