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박물관

400년 전 사명대사의 글(2019.10.06)

기리여원 2019. 10. 17. 11:06


사명대사 유정의 초상화 _ 조선(19세기), 비단에 채색, 동국대학교박물관


사명대사 유정의 초상화이다. 승병장으로서의 기풍을 느낄 수 있다.


사명대사가 쓴 최치원의 시구 _ 사명 유정, 일본(1605), 종이에 먹 ,교토 고쇼지


사명대사사 친필로 쓴 시구(詩句)로, 신라 말 문장가로 이름난 최치원(崔致遠, 857~?)이 지은 시 「윤주* 자화사 상방에 올라 [登潤州慈和寺上房 ]」중 두 구절이다. 시 속의 자화사처럼 고쇼지가 탈속적이라는 뜻을 담아 이 시구를 남긴 듯하다.

                                                                                                                            * 윤주(潤州) : 지금의 중국 장쑤성 [江蘇省]


畫角聲中朝暮浪(화각성중조모랑)  나팔 소리 들리고 아침저녘으로 물결 일렁이네요.

靑山影裏古今人(청산영리고금인)  청산의 그림자 속을 지나간 이 예나 지금 몇이나 될까


사명대사가 대혜선사의 글씨를 보고 쓴 글 _ 사명 유정, 일본(1605), 종이에 먹, 교토 고쇼지


사명대사가 교토 고쇼지에 소장된 중국 남송의 선종 대혜 종고(大慧宗杲, 1089~1163)의 전서(篆書) 글씨를 보고 감상을 적은 글이다. 사명대사는 이 글에서 중생을 구제하라는 스승 서산대사가 남긴 뜻에 따라 일본에 왔음을 강조하여, 사행(使行)의 목적이 포로 송환에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시행을 떠나기 전 입적(入寂)한 스승에 대한 절절한 추도의 마음을 드러냈다. 임제종의 법맥이 중국 선종의 제6조(祖)인 혜능으로부터 대혜를 거쳐 사명대사로 이어진다는 조선 불교계의 법통 인식을 보여준다


사명대사가 승려 엔니에게 지어 준 도호 _  사명 유정, 일본(1605), 종이에 먹, 교토 고쇼지


사명대사는 고쇼지를 창건한 승려 엔니 료젠(円耳了然, 1559~1619)에게 '허응(虛應)'이라는 도호(道號)를 지어 주고 두 글자를 크게 써 주었다. 엔니를 사명대사에게 소개한 난젠지(南禪寺) 장로 센소 겐소(仙巢玄蘇, 1537~1611)는 조선과 일본의 외교에서 중용한 역할을 했던 쓰시마번(對馬藩)의 외교승이기도 했다. 엔니와 겐소는 같은 임제종 승려였기 때문에 엔니는 겐소의 소개로 자연스럽게 사명대사와 교류할 수 있었다.


사명대사가 「벽란도 」의 시운을 빌려 지은 시 _ 사명 유정, 일본(1605), 종이에 먹, 교토 고쇼지


임진왜란부터 10여년간을 돌아본 사명대사의 감회를 표현한 시이다. 일본에서의 임무만 잘 마무리한 뒤에 속세의 일을 정리하고 선승(禪僧)의 본분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고려 말 문신 유숙(柳淑, 1324~1368)의 시 「벽란도(碧瀾渡 」를 차운하여 지은 시이다.


有約江湖晩(유약강호만)   강호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지 오래되지만

紅塵已十年(홍진이십년)   어지러운 세상에서 지낸 것이 벌써 10년이네

白鷗如有意(백구여유의)   갈매기는 그 뜻을 잊지 않은 듯

故故近樓前(고고근루전)  기웃기웃 누각 앞으로 다가오는 구나


사명대사가 승려 엔니에게 준 글과 시 _ 사명 유정, 일본(1605), 종이에 먹, 교토 고쇼지


사명대사가 고쇼지를 창건한 승려 엔니 료젠(円耳了然, 1559~1619)에게 도호(道號)를 지어 주며 함께 보낸 글이다. 사명대사는 엔니의 자(字)를 허응(虛應), 호(號)를 무염(無染)으로 짓고, 이는 관세음보살이 두루 중생의 소리를 듣고 살핀다는 뜻을 담은 것이므로 잘 새겨서 마음에 간직하라고 하였다. 또 계속 불법에 정진하면서 중생 구제에도 힘쓸 것을 강조하는 시를 함께 적어 주었다. 수행 정진과 어지러운 세상에서 중생을 구제하는 속세의 임무가 모두 중요하다는 사명대사의 뜻이 담겨 있다



글 :  국립중앙박물관 _ 일본 교토 고쇼지 소장 사명대사 유묵 특별 공개전